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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9 2008 K리그 개막과 KBS의 방송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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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비시즌기를 끝내고 2008 K리그가 개막했다. 개막전을 꼭 시청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조금 늦게 보는 바람에 후반부터 보게됐다. K리그에서 딱히 서포팅하는 팀은 없지만 수원과 서울, 포항을 좋게 보는 편이다. 서울이야 내가 살고 있는 곳이니깐 그냥 좋게 보는 편이고 수원은 서포터가 많은 명문 클럽이라 좋아한다. 포항의 경우는 파리아스 감독이 맘에 들어서 지난 시즌이 끝나고부터 좋게 생각하게 됐다.

개막전은 포스코家의 두 팀인 포항과 전남의 경기를 중계해줬다. 경기는 포항의 전용구장 스틸야드에서 펼쳐졌는데 TV를 켜고보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축구 볼 맛이 더 난 것 같다. 뭐 스탠드의 10분의 1은 해병들이 초록색으로 물들이고 있긴 했지만.. 난 스틸야드라는 구장이 좋다. 전용구장이고 선수와 관중이 더 가까이 대할수 있는 구장이라서 그 점이 맘에 든다. 예전 수원 월드컵 경기장을 갔을때도 생각보다 가까운 스탠드와 필드의 거리에 놀랐었는데 스틸야드는 그런 콤팩트함은 수원보다 한 수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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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매번 보면 상당히 빠른 스피드로 진행된다. 팀별로 빠른 축구를 구사하는 이유도 물론 한 몫을 차지하겠지만 경기장이 관중석 스탠드와 필드가 가깝다는 점이 경기장을 더 콤팩트하게 보이게 하는 것 같다. 예전 아스날의 홈경기장인 하이버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작은 사이즈의 구장이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이나 기타 트랙이 있는 종합 경기장을 보면 축구 경기를 보더라도 스피디한 전개가 잘 나오지 않는다. 선수들도 작게 보이고 경기장이 너무 넓어보여서 공이 전달되는데도 한참 걸린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의 경기장인 경우에는 유럽보다 잔디가 길어서 볼이 더 느린 이유도 한 몫 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 축구(국대 포함)를 보다가 떼굴떼굴 굴러가는 느린 패스를 보고 있자면 잔디에 붙다시피해서 빠르게 굴러가는 프리미어리그가 떠올라 가끔 울화통이 터진다 ㅋㅋ

한 예로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를 보면 TV에 나오는 경기장의 크기에도 차이가 있어보이거니와 경기 전개의 속도도 조금 다르다.예전에는 프리미어리그 경기 중계를 카메라가 약간 낮은 방향에서 촬영해서 그렇게보이는거라 생각했었는데 전용 경기장이라는 특성이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때문에 공수전개가 빠른 프리미어리그는 카메라 초점 맞추는 속도가 볼을 따라가지 못해서 화면이 끌리는듯한 잔상이 많이 남는다. 반면 훨씬 높은곳에서 바라보는 다른 경기들은 멀리서 보기때문에 화면에 잔상이 남을정도로 끌리는 일은 거의 없다.

어쨌든... 그래서 더 작은 포항의 스틸야드 구장이 맘에 든다. 전남의 광양 구장 역시 좋다. 전용구장이고 포항처럼 관중석 앞에는 철제 펜스가 있다. 누가 스틸(Steel)야드 아니랄까봐 관중석에 철제 펜스를 놓아주는 이 센스... 실제로 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관중의 시야에 방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직접 경기를 보기 위해 꼭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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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경기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전년도 우승팀 포항과 허정무 감독이 떠난 전남 (게다가 곽태휘라는 떠오르는 스타를 보유한 팀이기도 한)의 경기를 봤는데 후반부터는 전체적으로 포항의 우위에 있었다. 볼 점유율부터 패스의 성공률까지 홈 경기의 이점을 살려서 전남을 압박하고 있었다. 전반전은 안 봤으므로 스킵.

경기를 보면서 느낀거지만 확실히 프리미어리그와는 클래스가 많이 다르다. 패스의 성공률도 포항이 높은 편이었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패스나 어쩔수 없이 공만 건드리는듯한 장면이 많았고 전남은 수비에서 볼을 따내고도 전방까지 대충 걷어내는듯한 이상한 패스웍으로 매번 공격까지 이어지기도 전에 끊기는 장면이 많았다.

프리미어리그의 수준 높은 경기를 보던 팬들에게는 성에 안 찰만하다. 스피디한 패스가 딱딱 들어맞고 기본적인 볼 키핑 수준도 다른 프리미어리그. 당연한 이야기지만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각국에서 내놓으라하는 선수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한국선수 80%에 용병 20% (그나마도 대부분 브라질산)가 조합된 K리그와 클래스에서 차이나는건 어쩔수가 없는 일이다. 그래도 한국 축구는 투지가 넘쳐보여서 또 색다른 맛이 있다. 가끔은 그런 지나친 승부욕이 상대팀을 배려하지 못한 거친 태클과 경고, 퇴장까지 이어지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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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보면 전남은 투톱을 모두 외국인 용병 산드로와 시몬이 주도하고 있었고 포항 역시 데닐손과 이번에 영입된 알도를 투톱으로 내세웠다. 이거야 원... 브라질 축구 경연장도 아니고 대한민국 스트라이커들의 부재라니 좀 씁쓸하다.

전남은 시몬이 너무 고립되어 있었다. 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도 다 부정확하고 매번 끊기는 바람에 시몬 혼자서 경기를 어떻게 해보기엔 역부족인 상황이었고 산드로도 받춰주지 못하는 미들진때문에 고전하고 있었다. (후반부터 본 내용임을 강조하며..)

전남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이싸빅. 크로아티아 출신 용병으로 지금은 한국사람 다 되서 귀화했는데 지난 오프시즌만 해도 듣도보도 못한 가나리그로 이적한다느니 이상한 소문이 떠돌더니 며칠만에 전남과 계약한걸로 드러나 결국 언론사들의 찌질이 기사였음이 밝혀졌다.

포항은 데닐손이 날아다녔다. 개인기도 자주 보여줬고 펄펄 뛰어다니는 모습이 역시 검증된 용병임을 말해주는듯했다. 알도는 이번에 포항 공격진을 물갈이하며 영입된 선수인데 장신이고 호리호리한 몸매를 소유한 선수다. 주로 제공권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인것 같은데 K리그에서의 첫무대이다보니 적응에 약간 시간은 걸릴듯하다.

예전에 외국 용병이 인터뷰하면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 심판들은 한국선수보다 용병에게 더 경고를 많이 준다고. 기세를 잡기 위한 전략인지 모르겠지만 어제도 그런 장면이 있었다. 포항 수비와 경합하던 시몬이 별다른 반칙이 아님에도 같이 엉켜서 경합했다는 이유로 주심이 옐로우 카드를 꺼내들었다. 리플레이를 봐도 포항선수 역시 시몬과 서로 옷을 붙잡고 엉키긴 했지만 시몬에 대한 경고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시몬 본인도 어이없다는 표정..

그걸 중계하는 캐스터의 말에 한동안 묵묵부답이던 이용수 해설위원. 그도 느꼈나보다. 경고까지 먹이는건 좀 이상했다고.. 우리나라 심판도 프리미어리그를 좀 봤는지 어제는 되도록이면 경기 흐름을 끊지 않되 조금 심하다 싶으면 가차없이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래도 용병 차별은 좀 그런 것 같다. 기껏 타지까지 와서 뛰는 선수들한테 기싸움에서 이기겠다고 이상한데서 카드를 꺼내드는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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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공격수들의 잔치였지만 그래도 고무적인건 후반 알도와 교체투입된 남궁도가 골대를 맞추는 멋진 시저스킥도 한번 날려줬고 막판 골도 넣었다는 점이다. 사실 남궁도는 전북시절부터 용병에 밀려 백업선수로나 나왔지 그리 유명한 선수는 아니었는데 (얼마전엔 상무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포항에서 첫 경기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점차 성장해서 국대에도 자주 나왔으면 한다.

# KBS의 방송태도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 빌어먹을 방송사... KBS 1TV에서 중계를 해줬다. 근데 남궁도가 터트린 골은 모든 시청자들이 볼 수 없었다. 후반 종료 5분전에 방송일정상 끝내버렸기때문이다. 야구처럼 시간이 정해져있지않은 종목도 아니고, 도대체 어떻게 편성을 했길래 후반 40분에 방송을 종료하는 것인가.

우리나란 이게 문제다. 다른 프로그램 방송하기에 바빠서 라이브 중계는 시간 지나면 끝내기에 급급하다. 그럼 KBS N 스포츠라는 위성채널은 뭐하러 만들어놓은건가? 이럴때 남은 5분을 위성채널로라도 연장했으면 말도 안한다. 중계 끝난 시점에 KBS N 스포츠에서는 이미 끝난 한국 대 남아공 올림픽 야구 중계를 재탕하고 있었다. 그것도 막 시작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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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방송은 시청자들의 볼 권리조차 빼앗는 것인가. 몇 년전에 일본 BS 방송이 나올때 그런적이 있다. 일본채널에서 야구를 중계해주고 있었다. 경기가 팽팽한 가운데 9회를 넘겼다. 그러자 일본에서는 연장 10회가 넘어가도록 계속 중계를 해준다. 아무리 야구를 사랑하는 일본이라지만 시간이 정해져있지도 않은 야구인데 우리나란 시간마저 정해져있는 (연장이 있는것도 아니고) 축구 경기에서조차 뒷 프로그램을 위하여 중계를 중간에 끝낸다.

 

중요한 결승전을 해도 마찬가지다. 결승전이 끝난 후 간단한 선수들의 모습 정도는 보여줄수도 있는데 유니폼 교환하는 것 보기도 아깝다는 듯이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자마자 마무리하기에 바쁘다. 결국 돈 내고 경기장 가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라는건가. 시상식따위는 아예 고려하지도 않는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보라는듯이.. 경기장에 가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는 것은 나름의 특권이긴 하다. 하지만 해외 원정 경기같은것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방송사는 빨리 경기내용 정리하고 끝내버리기에 바쁘다.

 

다른건 바라지 않는다. 공중파니까 프로그램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안된다는 사실 정도는 시청자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럴때를 대비해서 만들어놓은게 위성채널 아닌가? 맨날 했던 경기 재탕 삼탕으로 24시간을 채우는 위성채널일바에야 뭐하러 만들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어차피 재방송인 야구경기때문에 고작 5분의 시간도 할애해줄수 없는건지 우리나라 방송사는 정말 스포츠에서 이해가 안된다.

 

재미있게 즐길수 있었던 K리그 개막전부터 방송사때문에 즐기지 못한게 너무 아쉽다. 어쨌든 앞으로도 선수들은 페어플레이와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주어서 팬들로 빼곡한2008 시즌 K리그가 되었으면 좋겠다...

 

p.s 쓰다보니 씁쓸해지네요. 경기 내용을 설명하려다가 KBS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니...

Posted by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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