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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실 이동국 선수는 한참 전성기일때 좋아했었다. 그러니깐.. 이동국 선수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을때다. 1979년생이니깐 내가 거의 중고등학교때였던 것 같다. 요즘 이동국 선수에 대해 참 많은 비판과 언론의 질타가 있는데 선수 당사자에게는 너무나 힘든 시간일 것이다. 무엇보다 골을 넣어야하는 스트라이커라는 자리이기때문에 "무득점"이란 성적표가 더 초라해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이동국의 (길어지니깐 선수는 생략) 지난 시즌 말 입단 후부터 올시즌까지의 성적표는 내 기억으론 리그에서 공격포인트 제로 외에 칼링 컵 1골과 뉴캐슬과 연습경기에서의 1골, 도합 2골 빼곤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뉴캐슬전은 말이 2군 연습경기지 사실상 리그가 잠깐 쉴 때 (박싱데이였나) 리저브 경기라고 해서 주전들끼리 겨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비두카랑 더프도 나왔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쨌든 중요한건 공식적인 리그에서의 기록이고 연습경기에서의 100골도 공식경기 1골만 못한게 축구니깐...

이동국이 베르더 브레멘으로 진출할때만 해도 참 많은 기대를 걸었다. 한국 언론들 모두 라이언킹의 해외진출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난리법석이었으니... 일단 K리그 포항출신 라데가 있었기때문에 더 관심이 컸을것이다. 사실 나는 라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내가 라데에 대해 알기에는 너무 어렸고 K리그 득점왕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무작정 국가대표 축구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정도가 그 당시 내 축구에 대한 관심정도였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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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브레멘 이적도 확실히는 기억 안 나는데 단기임대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브레멘 구단의 선택이 참 옳은 꼴이 되어버렸는데 그 당시의 실패는 이동국도 본인도 너무 어렸고 독일축구에 대해 잘 몰랐기때문인 것 같다. 솔직히 당시의 한국 축구는 해외축구 매니아층이 두텁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수준이었다. 물론 매니아층이 어느 정도 있었겠지만 유럽축구 매니아들이 득실거리는 지금상황에 비하면 확실히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할수 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선수들이 유럽으로 가서 뛴 클럽이 나중에 보면 그렇게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정말 수준 있는 클럽이었던 것이다. 서정원이 갔던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도 한때 상당히 잘 나가는 팀이었고 나중엔 골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가 버티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베르더 브레멘도 마찬가지다. 독일 축구하면 일단 떠오르는게 바이에른 레버쿠젠, 바이에른 뮌헨, 프랑크푸르트 뭐 이 정도일것이다. 하지만 브레멘은 이동국이 뛸 당시는 아니지만 최근까지 독일의 유명 스트라이커 미로슬라프 클로제
(현재 바이에른 뮌헨)가 뛰었던 팀이다.

그런 수준 높은 팀에 들어갔으니 거기에서 밀려났다해서 실망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젊었던..아니 당시에는 어렸던 이동국이 주전경쟁에서 밀린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고 독일 문화와 축구 스타일에 얼마나 적응하느냐가 주전으로 가고 못가고를 판가름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일단 유럽으로 진출하는 한국 선수들은 약간 불리한 조건을 하나 안고 가는 것 같다. 잔디가 다르다는 것이다. 짧고 축축하다는 유럽의 잔디를 한국의 잔디에서만 적응한 선수에게 금방 익숙해지라는 것은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다. 생각해봐라.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어릴때부터 10여년을 맨땅이나 한국의 잔디에서 적응한 선수가 쉽게 다른 잔디를 접해서 자기 맘대로 볼을 다룬다는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통 여기쯤에서 설만한 공이 더 미끄러져서 저 앞에 가서 구르고 있고 튀어오르지 않을 볼이 튀어오르면 정말 환장할 노릇인 것이다.

그런 잔디에 적응하고 성공한 박지성과 이영표, 설기현의 경우가 주목할만한 이유다. 그들도 유럽에 가자마자 잘하진 못했다. 박지성은 오죽하면 홈팬들에게도 못한다고 욕을 먹었고 설기현도 처음부터 앤트워프에서 골을 넣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힘든 적응과정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해서 영어도 능수능란해진 3인방은 수년간의 기다림끝에 프리미어리그라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리그에 입성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말 본받을 케이스는 설기현인것 같다.

정말 젊은 20대 초반에 혈혈 단신으로 아무도 모르는 벨기에땅에 가서 자신의 주가를 높이고 주필러리그 1위팀 안더레흐트의 러브콜을 받고 이적했으며 챔피언스리그도 접해보면서 자신의 유럽축구에 대한 경험을 쌓아나갔다. 계속 덩치 좋은 유럽 선수들과 부딪쳐보면서 생존방식을 찾아낸 것이다. 어찌보면 박지성과 이영표는 히딩크 덕분에 설기현보단 좀 더 쉬운 발판을 딛고 프리미어리그까지 나아갔지만 그들의 성공도 대단한 것이므로 박수받아 마땅하다.

아무래도 이동국은 전성기때 안정환, 고종수와 함께 삼각트리오를 형성하며 한국축구를 이끌었다. 그런 스타성때문일까. 섣부른 시작이 어찌보면 독이 된 것 같다. 언어적으로도 쉽지 않은 독일로 갔고 일단 독일과 독일 축구에 대해 자세히 연구할 시간이 없었다는 점. 거친 독일 축구에 적응하기도 힘들었고 임대라는 제한된 신분이 그를 더 힘들게 했을 것이다. 결국 그는 국내 U턴을 했고 오랜 시간이 걸려 지난 시즌이 되어서야 자신을 낮춰 프리미어리그의 도깨비팀 미들스브로, 즉 보로에 입성하게 된다. 이것이 그의 두번째 유럽 도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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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은 정말 뛰어난 선수다.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그의 가공할만한 양쪽발에서 나오는 강슈팅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팀들을 주름잡기에 손색이 없었다. 체력, 헤딩력도 좋고 몸싸움도 나쁘지 않았다. 일단 한방 필요할때마다 터트려주는 정말 팀의 보약(?)같은 존재였다. 약간 부족한 점이라면 개인기와 드리블 정도였을까. 청소년 시절엔 그의 시원한 슈팅에 가려 그렇게 그가 느리다는 생각도 안 해봤던 것 같다. 청소년 대표시절엔 한일전 결승에서 시원한 터닝 왼발 강슛을 그물에 꽂아넣으면서 역시 이동국이라는 말을 듣던 그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한국축구가 고질적인 해결사 부재라는 난제에 부딪쳐 있을때 이동국은 추락하는 한국축구와 함께 예전만한 기량을 못 보여주었다. 그렇게도 원했던 병역혜택마저 그를 비켜갔고 그렇게 입대를 했는데상무에서심기일전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편다. 내가 군대에서 봤던 골 중에 가장 멋졌던 골은 한국에서 열렸던 독일과의 평가전 이동국의 골이었다. 당시 최고라 불리던 칸이 꼼짝도 못하는 터닝슛으로 그렇게 자신이 죽지 않았음을 알린 이동국.

어찌됐든 그렇게 자신을 낮춰서까지 어렵사리 영국에 입성하는데는 성공했지만 현재... 현재만 놓고 보자면 이동국의 도전은 또다시 쓰라린 실패로 남을 것 같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이동국을 영입하면서 기존에 미들스브로에 있던 비두카와 야쿠부급으로 생각했을지 아니면 그냥 모험을 걸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최소한 백업 멤버라면 그래도 한 시즌에 최소 3-4 골은 넣어줘야 자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동국은 출장 기회도 적은 것뿐만 아니라 선발로 출장해 후반까지 뛰어도 득점을 전혀 올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비두카와 야쿠부의 포스가 빠지고 미도, 알리아디에르, 툰자이 정도의 얕은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는 미들스브로에서 이동국은 이번시즌이 정말 경쟁해볼만 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데뷔전만큼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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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은 정말 시장에 이동국을 내놓아도 데려갈 팀이 없을 것 같다. 스위스나 벨기에 하위팀정도면 가능할까. 그나마도 이적료문제때문에 유럽무대에서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한국 스트라이커를 덥석 잡아갈 팀은 없을 것이다. 포항과 선수 신분때문에 까다로운 마찰까지 빚으면서 얼마나 힘들게 데려온 이동국인데 보로가 헐값에 내주고 말겠는가. 축구팬으로서 너무나도 아쉽다. 꼭 영국이어야만 했을까.

안되는 경기를 보고 있으면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일단 기본적으로 예전과 다른 것은 공중볼에 대한 경합이 전혀 안된다. 185cm에 80kg으로 좋은 체격을 가지고 있는데 영국 선수들이 힘이 좋은지 자기보다 작은 선수에게도 밀리기 일쑤다. 제대로 볼을 키핑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가 없다.

조금만 더 자신의 힘을 과시하면서 때로는 터프하게 고함도 질러보고 성질도 내보고 이랬으면 좋겠다. 반면 최근 돌아온 박지성의 모습을 보면 정말 악바리처럼 볼을 지켜낸다. 볼을 뺏기지 않으려하는건 물론이고 빼앗기겠다 싶으면 파울을 유도한다. 물론 유럽무대의 커리어차이이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인 마인드 차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팀 동료인 키 190cm 정도의 미도를 보면 역시 토튼햄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서 그런지 이동국보다 어리지만 뭔가 좀 묵직한 맛이 있다. 포스트 플레이도 가능하고 슈팅력도 좀 된다.

이동국이 최전방에서 포스트 역할을 하면서 제대로 볼을 지켜줄때 미드필더들이 이동국을 더 지원사격해줄수 있다. 미도와 투톱을 이룰때가 아니면 보로에는 그렇게 큰 선수가 없다. 다시 말해 이동국이라는 파워포워드 + 스피드가 좋은 다우닝과 같은 미들과 알리아디에르같은 공격진의 조합이란 것이다. 이동국이 부족한 스피드는 미들과 다른 공격수가 메꿔주면 된다.

하지만 일단 포스트 플레이도 안되고 비가 자주와서 잔디가 젖은 상태일때가 많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동국은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공이 빠르기때문에 경기전개도 빠르고 스피디한 골들이 많이 터지는데 이동국은 그에 부응하기엔 약점인 스피드에서도 적응을 못하거니와 자신의 장점인 강한 몸싸움과 굵은 선의 슈팅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또 하나는 골에 대한 집착이 너무 적어보인다. 조금 더 열심히 뛰면 받을수도 있고 연결할 수 있는 볼인데도 멀어지면 금방 포기하고 조금 멍하니 있다거나 필사적으로 볼에 매달리는 모습이 안 보인다. 예전부터 이동국이 정말 안 풀릴때 나오는 모습들이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감독은 물론이거니와 팬들은 잘 뛰지도 않는다고 오해받기 쉽상이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자신의 진가를 알리기에는 그동안 해왔던 경기 스타일도 너무 다르고 플레이 시간도 짧다. 이동국은 선발 체질이지 조커스타일이 아니란 말이다. 이런것은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감독생활을 막 시작한 사우스게이트감독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험 미숙에서도 비롯된다. 웽거나 퍼거슨 감독처럼 연륜이 있는 감독이라면 이동국을 2군으로 보내서 경험을 쌓게 하던지 임대를 보낸다던지 뭐 특효처방을 내릴 것이다.

그냥 차라리 2군경기에서 오랫동안 뛰어보는건 어떨까. 보로 공격진의 줄부상이라는 절호의 찬스를 놓칠수도 없겠지만 그러기엔 이동국의 경기력이 너무 안 좋다. 분명 이 상황이 계속되면 이번 시즌도 제대로 못 마치고 또 한번의 실패로 남아 국내로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럴때 계속 생각나는건 설기현의 케이스대로 차근차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그러기엔 나이가 많았을까. 하지만 유럽은 넓고 깔린건 스카우터들이다. 유럽의 어느 좁은 땅덩이에서 축구를 하던지 자신의 스타일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빅리그에 진출하는건 하늘의 별따기만은 아닐텐데... 요즘따라 이동국의 정교하고 시원한 골이 그립다. 힘내라 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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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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