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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1

휴강인 날이라서 저녁즈음 낮잠(?)을 잠깐 자다가 일어나서 TV를 켰다. 프로축구 플레이오프 경기로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중계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항상 어느정도 관중이 들어차는 수원 경기장도 좋아하고 마침 K리그도 안 본지 오래 돼서 시청하게 되었다.

K리그 팀 중 딱히 서포트하는 팀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대의 서포터수를 보유하고 있는 수원과 열정적인 그들(그랑브루)의 모습, 또한 멋지고 아담한 수원경기장을 좋아해서 수원 삼성에 호감은 있는 편이다. 뭐... 예외적으로 2004년 바르샤 방한때 친선경기를 위해 온 바르샤에 너무 심한 야유를 보내는 모습에 실망하여 밉상스런 이미지도 머릿속 한편에 박혀있긴 하지만 좌우지간 국내리그에서 그나마 수원은 팬도 많고 유명팀이라서 좋게 생각하고 있다.

수원 경기장엔 한번 가봤다. 방금 말했듯이 2004년 바르샤가 방한했을때 보러 갔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고 관중석과 가까운 필드의 모습에 잠깐이나마 프리미어리그의 경기장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스탠드와 필드가 가까운만큼 선수들의 뛰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고 선수들 역시 서포터들과 함께 호흡하며 뛸 수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다.

어쨌든 그런 수원 빅버드 경기장에서 오늘 경기가 있었다. 역시 수원 시민들은 축구에 애정이 있어서 그런지 만원은 아니었지만 평일저녁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관중이 들어차있었다. 매번 TV로 축구경기를 볼때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확인하는 부분은 관중이 얼마나 들어차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사실 나도 서울 살면서 K리그 자주 보러갔다고 자신있게 말할수는 없지만 관중이 너무 적은 K리그의 안타까운 현실때문에 더 관중수에 관심이 쏠리는지도 모르겠다.

간혹가다 용병들을 보면 참 부끄럽단 생각이 든다. 타리그에서 활동하다가 K리그에 온 선수들이 많은데 월드컵4강 진출국이자 개최국으로서 국내 리그의 관중수가 이렇게 적은 것을 보면 아마 대부분의 용병 선수들은 처음 마주친 K리그 경기장 모습에 놀랄것이다. 수원의 에두는 분데스리가 출신이라고 하고 하다못해 유럽 하위리그에서도 자기 팀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팬들을 접하고 온 선수들이 많을텐데 우리나라는 리그 1,2위를 다투는 성남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원정응원단 우라와레즈에 오히려 서포터수로 밀리는 것을 보면 참 씁쓸한 현실이 아닐수 없다.

우라와 레즈의 서포터들은 사실 몇 년 전부터 봐왔다. 송종국이 활약했고 지금은 이천수가 뛰고 있는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아시아계 선수로는 큰 명성을 떨친 오노신지가 일본으로 컴백한 팀이고 일본 최대규모의 사이타마 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는 팀이 우라와 레즈다. 몇 년 전 TV에서 K리그를 보다가 우연히 일본 위성채널을 돌린 적이 있다. K리그도 당시 절반 이상 들어찬 관중으로 생각보단 많은 편이었는데 몇 개 건너지 않은 일본채널에서는 그 커다란 사이타마 경기장(상암보다 수용량이 많은 걸로 알고있다. 상암이 6만4천명..)이 온통 붉은 물결로 물들었었다.

관중이 꽉 차는 것은 그러려니 할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월드컵때나 한마음으로 가능한 옷색깔 통일이라는 것은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 것을 팀에 대한 사랑이 온통 묻어난 우라와 레즈 팬들이 전부 유니폼을 입고서 자기 팀을 서포트하고 있었다. (웃긴건 당시 우라와 유니폼이 맨유랑 똑같았다. 나이키 유니폼에 스폰서도 Vodafone..-_-;;)

좌우지간 여기서 중요한건 우리보다 늦게 프로리그를 시작한 일본이 치밀하게 준비한 리그 활성방안과 전략을 바탕으로 정말 놀랍도록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우린 항상 아시아 최초의 프로축구리그 시작을 강조하지만 차라리 일본처럼 10년을 늦게 시작하더라도 기본부터 확실하게 정립시켜서 발전시키는게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축구해설가로 유명한 서형욱씨가 쓴 유럽축구기행에는 유럽축구구단들이 어떻게 수입을 창출하고 팬들을 위한 서비스를 하는지가 잘 나와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프리미어리그같은 경우 경기 시작전에 경기에 대한 전반적인 프리뷰와 라인업 같은 내용이 담긴 팜플렛 같은 것을 판다고 한다. 그 가격이 싼것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연고지 팀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는 축구팬들은 그것을 거리낌없이 사고 쉽게 매진된다고 한다. 입장 관중의 절반만 그 책자를 사도 최소한 입장권 외 부가수익이 들어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구단이 팀의 용품샵같은 것을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팀이 별로 없다. 인터넷으로야 K리그 팀들 유니폼을 구하기가 쉽겠지만 막상 우리가 직접 경기장에 갔을때 구단의 서포팅 물품이나 기념품을 파는 샵이 있다면 아빠손을 붙잡고 온 꼬마팬부터 기타 모든 팬들이 쉽게 접할수 있기에 구매도 쉬워질 것이다. 팬들은 축구장에 단지 노닥거리러 온 것은 아니니까.

외국 유명팀의 오피셜 샵을 보면 참 많은 물품이 있다. 나도 아스날 온라인샵에서 가끔 물품들을 보지만 간단하게는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것들, 필기도구부터 머그컵, 열쇠고리.. 크게는 침대커버까지 성인인 내가 봐도 경기장에 있는 샵에 가면 당장에라도 사고 싶은 물품이 참 많다.

오로지 관중수입으로만 팀의 재정을 충당하는 우리나라 축구계의 현실에서는 확실히 한계가 있다. 조금만 더 생각을 전환해서 팀의 팬사인회도 자주 열고 팬들과 함께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면 자연스럽게 팬들은 그들을 좋아하게 될 것이고 경기장을 찾을텐데 승부에만 열을 올리고 우승만 바라보는 K리그는 항상 부족해보이는게 사실이다.

관중수에 대한 문제로 인해 조금 길어졌는데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고 맺을까한다. 오늘 경기는 결과적으로 포항의 마지막 극적인 골로 1:0 승리로 끝났다. 몰랐었는데 그간 포항이 매번 플레이오프에서 수원에 졌었다고 한다. 3번인가. 오늘 경기까지 5연승을 달린 포항은 그간 체력적으로 많이 고갈된 상태였고 상대적으로 쉬다가 경기를 치룬 수원은 한결 여유가 있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에 오늘은 포항이 한번 이겼으면 싶었다. 파리아스 감독도 맘에 들었고 원정팀이다보니 좀 더 동정심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파리아스 감독은 브라질에선 감독상도 받고 유명한 감독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열악한 현실의 말도 안통하는 한국의 K리그에 와서 한 팀을 이끌고서 3년간 팀을 조련하고 있고 가끔은 K리그의 발전에 대한 진심어린 따끔한 충고도 해주는 것을 보았는데 그가 이참에 우승도 한번 맛보았으면 하는게 개인적인 바램이다.

오늘 경기는 포항이 상대적으로 잘 뛰었다. 윙어들이 컨디션이 좋았고 이동국이 나간뒤로 확실한 스트라이커는 부재중이시지만 유기적인 플레이로 강한 수원 수비진을 잘 괴롭힌 것 같다. 정확한 데이터는 모르겠지만 내가 봤을때 후반은 최소한 근소하게 볼 점유율도 앞섰던 것 같고 원정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잘했다. 골도 절묘하게 터졌고...

골이 조금 많이 터졌으면 더 재밌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묻어있지만 좋은 경기였다.

Posted by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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