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쓰는 글이다. 우연히 네이버 블로그를 정리하고 티스토리의 예전 글들을 읽어보다가 문득 이 글을 쓰리라고 결심을 하게 됐다. 그래도 예전의 일기들 안의 표현이나 문장력이 썩 못봐줄 정도가 아닌 걸 보면 당시에는 나름 진지하게 썼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글을 전혀 쓰지 않는 요즘이 더 글쓰기 실력은 못하지 않을까 싶은 회한도 든다. 


돌이켜보면 어릴때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 대상이 어떤 문장이나 글이라기보다는 그냥 글씨를 쓰는 "행위" 자체가 즐거웠던 것 같다. 그래서 초등학교때는 기괴한 그림까지  열심히 그려가며 수많은 일기장을 써서 상장을 받기도 했었지만, 그 때의 그 많았던 일기들 중 지금 남아있는 것이 한 두 권 뿐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때면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가만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예학원을 다니며 한자 붓글씨를 배우기 전까지 내 글씨는 그저 그랬다. 지금이야 여자 글씨같다는 얘기도 들을 정도로 꼼꼼하고 예쁜 (본인이 말하기는 민망하네;;) 편이지만 그 전에는 여느 남자 아이들처럼 그냥 철없이 휘갈기는 못난 글씨를 쓰는 아이였다.


비록 동네 아파트 상가에 있는 작은 서예학원이었지만 흰 머리와 흰 눈썹을 흩날리면서 정성을 다해 가르치시던 그 할아버지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때는 그 선생님이 중국의 서예가 왕희지 못지 않게 멋있는 선생님이었는데 지금은 아마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싶다. 괜히 그런 생각을 하니 또 괜히 가슴 아파진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몇년만에 네이버 블로그를 정리하고 티스토리 블로그를 다시 돌아보게된 계기는, 지금 만나고 있는 소중한 사람 덕분이다. 엄청난 파워블로거는 아니지만 정성을 다해 자신이 보고, 느끼고, 가본 곳에 대해 블로그에 포스팅 하는 일을 즐기는 그 사람 덕분에, 예전에 잠시 몰두했었던 내 블로그에 대한 관심을 환기 시키게 되었다. 블로그도 해보고 서버를 빌려 팬사이트도 만들었던 예전의 추억을 상기시켜보면, 한때는 열과 성을 다했지만 그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는 생각에 그만두었었던 것 같다. 


블로그의 목적이 개인적인 일기와 같은 추억 보관용이든, 타인들과의 정보공유를 위한 것이든 간에 현재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한편으론 소중한 정보들은 다 그런 노력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기에 쉽게 폄하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는 밥을 먹든 놀러를 가든, 단순히 목적지 단어 하나만으로 그곳에 먼저 다녀온 이들의 후기를 읽어볼 수 있는 아주 편한 시대가 되었다. 그것이 "무작정 아무 정보없이 찾아가는 것이 여행의 묘미고 또다른 추억을 낳을 수 있다"라는, 다소 아날로그적이고 감상적일 수 있는 인터넷 이전 세대들의 의견에 반하는 것일지라도, 이제 우리는 정말 편리하고 유용한 정보의 바다라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예전 글들을 읽다보니 하나 하나의 포스팅이 모이고 모여 거대한 일기장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생각과 고민들이야 가능하면 손글씨로 내 다이어리에만 보관해두는 것이 맞다"는 지론을 아직까지는 고수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포스팅이야 무슨 제약이 있으랴. 


나는 공개 일기라는 상당히 모순된 단어를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나온 가장 임팩트 컸던 대전제, "인간은 누구나 인정(관심)받고 싶어한다"라는 문장을 가장 잘 이용해 먹은 것이 싸이월드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다. 개인의 사생활과 감정, 생각이 담긴 일기라고 쓰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반응과 댓글을 기다린다는 이 가식적인 행동 자체가 한순간 굉장히 역겹게 다가왔던 적이 있다. 그것이 싸이월드를 탈퇴해버린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비록 나도 예전에 쓰던 일기가 남아있는 이 티스토리 블로그와 지금하는 페이스북이 있지만...☞☜ 그때는 그랬다. (후다닥 ==3)



예전에 남초 사이트인 아스날 팬사이트에서 주기적으로 번역글도 쓰고 개인 블로그도 세 네개씩 하는 신여성을 본 적이 있다. 글 하나에 10점인 사이트에서 다른 남자 회원들을 제치고 항상 5위권 내에 (대략 6-7만점이었던 것으로 기억) 랭크되어있는 그녀(?)는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트위터도 매일같이 하고 넷 상에 써놓은 흔적들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안경쓴 오타쿠 같은 사람도 아니고 공부도, 영어도 잘하는 멋진 학생이었는데 요즘은 자신이 서포팅하던 선수가 라이벌팀으로 이적한 충격때문인지 보이질 않는다.


암튼...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다보니 오랜만에 포스팅을 조금씩 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것 또한 내 인생이라는 파이의 한 조각이고 추억이 되는 것들이라면 그 가치는 충분히 있지 않을까.

아직 어떤 주제를 위주로 포스팅을 할 것인지는 생각을 안했지만 오랜만인 관계로 조금씩, 한 발 한 발 내딛을 것이다.


Posted by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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