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댓글 하나에도 신중을 기하자
최근들어 2004년때만큼 아스날 팬사이트를 자주 들락거린다. 거의 매일같이 발도장을 찍고 글을 하나씩 남기곤 한다. 싸이질을 빗대 소위 하이질이라 부르는 이 습관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 아스날 팬사이트의 매력이라면 조금 건전한 댓글문화라고 할까.

아스날 얘기뿐만 아니라 노래, 음악, 영화, 연애 등 다양한 일상을 안고 살아가는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남들에게 상담을 하거나 추천을 하는 등 인간적인 글들이 올라온다. 그걸 성심성의껏 자기 일처럼 격려해주고 조언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여타 포털에서는 느낄수 없었던 진정한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을 느껴볼 수 있다. "아스날"이라는 매개체 하나로 모인 사람들이라서 공감대가 더 깊게 형성되는지도 모르겠다.

공지사항에 있는 것처럼 원색적인 비난이나 논쟁의 소지가 되는 정치글 등은 제한하면서 저마다 맘편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이 곳의 장점이다.

특히 이번 겨울 이적시장 한달동안 아르샤빈때문에 수많은 기사, 루머글들과 댓글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사이트가 초기화되기 무섭게 다운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나도 마치 우리나라 월드컵 나간것처럼 들떠서 아르샤빈 오네 마네 하는 영문 기사들을 번역도 해보고 별의 별 삽질을 다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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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시장 닫히는 순간까지도 영입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던... 역대 아스날 선수 이적 중 가장 무수한 말을 낳은 선수가 아르샤빈이 아니었을까 싶다. 9시간이나 시차가 나는 이 한국에서도 그 법석을 떨었으니 잉글랜드 현지의 아스날 팬들은 오죽했으랴. 결국 007 작전처럼 힘들게 아르샤빈이 직접 런던까지 와서 협상을 추진했지만 계약 "" 났다고 다들 낙담하던 찰나, 영국에 십몇년만에 대폭설이 찾아왔단다. 그로 인해 항공기 전부 결항됐는데 이로써 샤빈이가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재협상 끝에 결국 드라마처럼 그는 당당히 아스날의 23번 유니폼을 들고 미소와 함께 오피셜 사진을 찍었다.

어쨌든 그 이후 write 버튼의 무게가 가벼워졌는지 나도 하루에 한 개 이상의 글을 쓰던 요즘이다. 아르샤빈 기사 번역하느라 알게된 사이트에서 다른 이야기 소재를 찾아 번역해서 올린 글이 몇 개 된다. 앙리를 좋아하면서 수집한 고화질 사진들도 몇개 올리면서 어느새 알게모르게 사진 전문이 되어버린듯한 인상도 지울수가 없다만..

그러던 중 오늘 "바르샤는 왜 앙리를 영입했을까"란 글이 올라왔다. 뭐 내용의 요지는 "앙리를 그렇게 싸게 데려가놓고 바르샤 팬들은 윙에서 앙리가 못뛴다고 왜 야단이냐"라는 대충 그런 내용의 글인데 댓글로 바르샤의 전술 문제를 얘기하다가 나도 모르게 격해져서 마지막에 바르샤 "쓰레기"라는 단어를 썼다.

별 생각없이 나갔다가 몇 시간 후에 보니 그 글에 어느새 9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보통 20-40개 정도가 정상) 앙리에 대한 아스날 팬들의 사랑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쓴 "쓰레기"라는 단어가 문제가 됐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앙리를 옹호하고 바르샤를 까는듯한 분위기 속에서 내가 쓴 단어가 논란에 기폭제가 된 것 같다. (꼭 그것때문만이 아니라면 겁나 뻘줌한 상황이지만..)

안그래도 요즘 들던 생각이 글 하나를 쓰더라도 신중하게 써야한다는 것이었는데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고 한 선수의 골수 팬이라서 그런지 앙리에 대한 글에서만은 잠시 격해졌던 것 같다. 앙리 팬사이트에서 썼다면 뭐 내가 지우고 커버해버리면 끝나는 글이었겠지만 아스날이라는 테마 하나로 뭉친 커뮤니티에서 좀 조심스럽지 못했던 것 같다. 당분간은 (일주일정도?) 아무 글도 쓰지 않고 조용히 있을라고 한다. 이 참에 하이질도 좀 줄여보고 짧은 글 하나 쓰는 것도 신중해져야겠다..



# 포털의 기사 댓글 허용에 대한 의문점
(내가 쓴 댓글이 그정도의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악성 댓글도 고소가 들어가고 법원 판결에 이어 유치장까지 잡혀들어가는 시대다. 예전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익명성의 자유"라는 칼을 갖고 마음껏 지껄이기만 해서는 안된단 말이다.

가끔 네이버나 다음같은 포털 사이트에 있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정말 유치 찬란한 사고를 가진 자들이 많다. 글만 보이면 등수놀이에 선플보단 악플이 먼저 튀어나가는... 가끔 네이버 초딩들이라고 놀리지만 내가보기엔 실제로 초딩들은 거의 없다. 다 교양 좀 쌓고 대학 물 좀 먹었다는 20대가 대부분이지..

특히나 정치와 스포츠 기사에는 그런 찌질한 댓글들이 부지기수로 달리는데 정치는 저마다 생각이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고 스포츠는 자신의 서포팅 팀때문에 라이벌팀을 비난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포털의 댓글다는 기능은 사라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선플보다 악플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그래서 실명제 얘기도 나온다. 그냥 별명으로 글을 쓰는 것과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것은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포털이 사용하는 방법은 댓글들을 곱게 접어놓는 센스를 발휘했다. 발언의 자유와 그것을 보기 싫은 사람들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이라서 좋긴 하지만 애초에 기사에 대한 논쟁거리와 댓글들은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나눠도 충분하다.

물론 좋은 댓글들도 있지만 그 중에 여과되지 않은 감정적인 댓글들을 보고 있자면 "인간 본성이란 것이 질투와 악담으로 시작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가"라는 생각도 든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가는 포털 사이트에 꼭 댓글을 달게 만들어야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선플보다는 악플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아직까지 포털의 댓글 허용 여부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Posted by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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