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백팩 그리고 외국인 - 한국인 쉐어의 차이
호주라이프 - 워킹 2009. 12. 4. 11:02 |
보통 한국 사람들이 여기와서까지 한국인 쉐어에 들어가는 이유는 단 한가지. 문화가 같고 생활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시티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백팩에서 주말까지 있다가 일요일에 한국인 쉐어를 찾아들어갔다. 카페 스탭들도 외국인 쉐어부터 구하려는 나에게 처음 적응기간은 되도록 한국인 쉐어에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추천해준다.
# 백팩
백팩은 처음 한 번만 묵었지만 좋은 기억을 남겼다. 특히나 외국인들과 직접적으로 같이 생활해야하니까 아무래도 친구 사귀기에 좋다. 물론 술먹고 놀기 좋아하고 파티나 찾아다니는 문란한 녀석들을 룸메로 만나면 아주 골치아프겠지만 난 처음 들어간 백팩 4인실에서 조용한 프랑스 친구 둘과 스웨덴 여자 한명을 친구로 사귈 수 있었으니 좋은 경험이 됐다. 여행이 목적이라면 단기로 묵는 백팩도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데 참 좋다. 다만 화장실, 샤워실, 키친 공동사용과 도난 우려가 조금 불편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외국인 쉐어
시티에서 내려온 이후부터는 두 번 연속 외국인 쉐어에 들어왔다. 그런데 확실히 차이가 있다. 한국말만 쓰면 되고 밤 늦게까지 안 자는 한국사람들과 달리 외국인 쉐어는 지켜야할 생활수칙들이 좀 많아서 까다롭다.예를 들면 9시나 10시 이후에는 조용히 할 것. 저녁 9시쯤 친구랑 통화하는데 위층에서 전화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겠다고 내려왔다. 보통 일찍 자고 새벽같이 일어나는 이 나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충분히 고려해야한다.
그리고 외국인 쉐어는 보통 계약금인 본드비가 2주치를 받는 한국인 쉐어와 달리 4주치다. 나도 인터넷으로 외국인 쉐어를 많이 알아봤는데 비싼 본드비와 가끔 한달치 쉐어비를 받는 곳도 있었고 대부분 쉐어비가 130불 이상씩 해서 포기했었다. 여긴 그나마 외곽지역이고 내가 저렴한 곳을 잘 찾았기에 100불 정도로 싱글룸을 찾을 수 있었다. 시티에서도 보통 일본인이나 중국인 쉐어는 120불 이상씩 한다. 반면 한국인 쉐어들은 같은 공간이라도 인원을 많이 받아서 상대적으로 쉐어비가 좀 더 저렴하다.
# 한국인 쉐어
사진은 내가 처음 들어갔던 한국인 쉐어 하우스다. 원래는 로마파크로 들어갈뻔 했는데 먼저 집을 본 사람이 계약을 해버려서 못 들어가고 스프링힐쪽에 들어갔다. 근데 로마파크 아파트는 대부분이 마스터가 렌트로 돈을 벌 목적으로 사람들을 꾸겨넣는, 일종의 닭장과 같은 집들이 많다. 정작 마스터는 그런 집에 살지 않는다. 다만 거실쉐어라도 한 명 더 넣어서 돈을 더 벌려는 목적으로 가득할 뿐. 시설은 스파도 있고 수영장, BBQ 시설까지 있다는데 그런 것들은 좋은 구실일 뿐, 집에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불편하다는 소리이기도 하니까 우선 고려대상으로 잡기 힘들다.
내가 들어간 집은 QUT를 다니는 나이가 비슷한 마스터가 같이 살고 있었다. 돈을 버는 목적보다는 자신이 불편하지 않는 정도로 생활하는 집이라서 필요한 식기 등이 있으면 직접 구입을 하고 꼼꼼히 관리를 해서 좋았다. 보통 마스터가 같이 살면 눈치 보여서 불편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지간히 나쁜 놈이 아닌 이상 같이 사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일단 자기가 알아서 집 상태를 관리하기 때문에 지저분해지지는 않는다. 사실 사람만 좋으면 그런대로 살만하다. 돈 벌 요량으로 눈에 불 켜고 딴지거는 망할놈의 몇몇 한국인 마스터가 문제지.
거실쉐어로 들어갔는데 한 달 가까이 일도 못 찾고 거실에서 인터넷만 하고 밖을 안 나가다보니 나도 눈치보이고 마스터룸에 사는 누나들도 불편해할 것 같아서 나왔다. 그래도 거실쉐어인 나 포함 다섯 명이 큰 불편함 없이 살았었다.
# 쉐어, 꼼꼼히 잘 선택하자.
외국인쉐어를 선택하느냐 한국인쉐어를 선택하느냐는 그 가치판단과 기회비용때문에 참 어려운 문제다. 외국인 쉐어에 들어가도 그들과 만나는 시간대가 안 맞아버리면 영어를 접하기 위한 외국인 쉐어의 의미가 없다. 내가 여기 정착하기 바로 직전 쉐어에서 그랬다. 낮에는 혼자 집에 있고 그들이 퇴근하는 저녁때 일을 나갔으니 실상 얘기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한국인 쉐어에만 너무 오래 있으면 약간 도태되는 느낌이 있어서 가끔씩은 외국인 쉐어도 들어가보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근데 꼼꼼히 조건을 따져봐야한다. 난 여기에 들어오면서 호주인 마스터가 계약서로 A4용지 세 장을 건네는 것을 보고선 내심 놀랐다. 렌트를 3곳이나 돌리는 마스터답게 상당히 철저하다. 계약서를 전부 읽어봤지만 대부분이 물건 도난, 손실에 대해서는 마스터의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다. 딱히 반박할만한 소지도 없다. 그래서 처음 집을 볼 때는 세심하게 봐야한다. 다른 구성원들, 식기, 가구의 충분함. 공동사용 장소 등등..
난 쉐어를 한달마다 옮기고 있는데 자주 옮기면 불편하긴 해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너무 한 곳에 오래 체류하면 사람끼리 질린다. 자신의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 같고.. 이번에 들어온 집은 일하는 곳과 가깝고 싸고 조건이 너무 좋아서 좀 오래 체류할 듯 싶지만. 쉐어를 자주 옮기는 것도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다. 짐싸는 번거로움만 참으면 말이다.
# 쉐어룸 구할 때 몇 가지 고려사항
1. 보통 1인실보다는 2인 1실이 저렴하다. 하지만 2인 1실은 아무래도 룸메이트와의 관계가 관건이다.
그 사람과 친해져야 하는 것은 물론 라이프스타일도 고려해야된다. 서로 일하는 시간이 안 맞으면 밤에 자는데 룸메가 들어오는 소리에 깰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예 남남이나 커플로 방을 구하면 더 편하기도 하다.
2. 집을 꼼꼼히 보자. 나도 몇 번 집을 보러 다녀봤지만 대충 둘러봤다가 나중에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이
생각나기도 했다. 화장실, 샤워대, 주방, 세탁기, 식기의 충분함, 다른 구성원 등등 상당히 많다.
3. 여러가지 조건을 잘 보자. 외국인 쉐어 처음 들어갔을 때 서로 인터넷 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아서 당연히 인터넷이 되는 줄 알았다. 들어가고 보니까 자기들은 인터넷을 쓰면서 무선인터넷을 설치하려면 돈이 든다고 인터넷 카페를 이용하라고 해서 좀 황당했다. 본드비는 몇 주치인지, 쉐어비는 몇 주치를 보통 한 번에 내는지, 전기나 가스 비용이 추가로 들지는 않는지.
4. 거리 계산을 잘해야한다. 간혹 광고에 "쇼핑센터까지 차로 2분" 같은 말도 나온다. 근데 차로 2분이면 걸어서 10분은 족히 넘는다. 한 번은 차타고 10분 거리인 쇼핑센터에서 (걸어서 30분 거리) 쌀 5kg과 우유 3L짜리를 장보고 걸어오는데 군대에서 군장메고 행군하는 줄 알았다..;; 버스정류장과의 거리도 직접 집을 찾아갈 때 확인해봐야한다. 주변 교통은 편리한지, 버스는 다양한지 등등.. 물론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가까운 집이 좋은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5. 거실 쉐어는 싼만큼 불편하다. 분명 독방이나 세컨룸 같은 방보다는 20-30불 가까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만약 자신이 일을 해서 주로 밖에서만 생활하고 밤에는 잠만 잘 공간이 필요하다면 거실 쉐어는 분명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화장실, 주방 공동 사용은 물론이고 소음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밤에 다른 사람들이 거실에서 TV를 보면 그것도 곤란하다. 무엇보다도 짐을 거실이라는 공동공간에 두고 써야 하기 때문에 혹시 모를 도난의 우려도 있다. 한국사람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니까.
6. 구성원을 고려하자. 당연히 외국인이랑 있는 것이 더 영어 쓸 기회는 많다. 집 크기에 비해 사람이 너무 많은데 마스터는 같이 살지 않는다면 그것은 분명 "닭장렌트"일 가능성이 높다. 마스터가 따로 살면서 사람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 렌트를 돌리는 것이니까. 나머지 얘기들은 앞에서 비교를 했으니 패스.
더 많은 사항들이 있지만 딱히 더 기억나는 것이 없어서 여기서 줄이기로 한다. 쉐어는 처음 들어가기 전에 여기저기 둘러보고 생각을 잘 해보고 들어가야 한다. 생판 모르는 타인들과 같이 사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친해졌다고 해도 적당히 지켜줄 것은 지키면서 쉽게 남을 믿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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