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시즌 FC 서울 상암 개막전 관람기 (vs 강원 FC)
공은둥글다 - 축구 2009. 3. 14. 21:54 |오전에 갑자기 FC서울의 시즌권이 생겨서 함께갈 친구 한 명을 구하려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도 갑작스럽게 티켓이 생긴지라 여기저기 걸어봤는데 친구들도 다들 바빴다. 학교에서 축구시합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역시 갑작스런 이야기다보니 다들 못가는 분위기다.
어렵사리 친구 한명을 종로에서 만나 해물떡찜으로 배를 빵빵하게 채운 후 오랜만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찾았다. 축구팬으로서 적어도 한 시즌에 한 번 이상은 K리그를 보러 가야한다는게 나의 지론 아닌 지론인지라...
어쨌든 상암은 갈때마다 기분이 상쾌하다. 아빠 손을 잡고 온 꼬맹이들부터 추운날씨에 부둥켜안고 다니는 연인들까지(염장질 제대로다!!!) 다들 축구라는 공통분모 하나때문에 축구장을 찾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다. (연인들은 빼고..ㅋㅋ)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최근 들어 가장 춥다는 영하의 날씨에 경기를 보게 되었는데 오후에 점심 먹을때는 무쟈게 덥더니 경기장에 도착하니까 슬슬 추워진다. 5시 킥오프에 맞춰서 들어갈 수 있었다. 예상외로 시즌권을 끊은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많아서 시즌권 전용 통로로 가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 관중수에 대한 안타까움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그럭저럭 사람들은 많이 보였지만 막상 경기장에 들어서니 관중석은 2층이 거의 비어있다. K리그의 양대 산맥인 서울의 개막전인데도 그리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항상 그렇듯 선수들이 입장해서 일렬로 나열했을때 보이는 본부석은 역시나 듬성듬성한 모습이었다. TV에 나오는 정면 스탠드에는 사람들이 많이 자리를 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수원과 함께 서포터 숫자로는 최고를 자랑하는 팀답게 서포터들의 함성만으로도 여기가 축구장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강원 FC 서포터들도 서울의 절반 정도의 규모지만 신생팀의 패기로 똘똘뭉쳐 열심히 응원한다. 전광판에는 응원구호와 방법이 적혀서 일반팬들도 응원에 동참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인상적이다.
경기장이 너무 큰 탓일까.. 항상 텅빈듯한 일부 관중석을 볼때마다 축구팬으로서 가슴이 아프다. 야구장에 열광하는 팬들 절반만 데려다놔도 1층은 거의 꽉 찰텐데.. 아쉽기만 하다. 다음 주 화요일에는 감바 오사카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가 있다는데 원정온 일본서포터들보다 숫자가 적는 비극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서울이니까 그럴일은 없겠지만...
지방팀들의 챔스리그를 볼때마다 원정서포터보다 적은 홈구장 서포터들의 숫자에, 보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서 손발이 오그라든다. 비참한 K리그의 현실이 그렇다. 특히 평일 경기에 FA컵과 챔피언스리그가 몰려있는 탓도 있겠지만.. 우리나란 언제쯤 경기마다 관중이 꽉 들어찬 흑자구단이 나올까나.
사실 우리나라만큼 스포츠를 보기 편한 나라도 없다. EPL 빅매치 한경기에 암표로만 수십, 수백만원을 호가하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10만원 정도면 한시즌 내내 홈경기를 즐길 수 있다. 거기에 선물까지 주니 금상첨화. 참고로 FC 서울의 아이들용 시즌권은 불과 만원~!!! 거저먹기나 다름 없다. 애들용돈 한달 저금할거 한번만 쓰면 일년동안 축구를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EPL로 축구보는 눈이 하늘로 솟은 우리나라 축구팬들이 K리그의 떨어지는 경기력을 어찌 재밌게 보겠냐마는 TV로 보는 것과 축구장에서 직접 보는 경기는 다르다. TV에서 잡아주지 못한 화면 밖의 선수들이나 경기장의 분위기, 경기 후의 모습도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외로 K리그도 박진감이 있다. 스타플레이어들이 일부 해외로 빠져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국가대표의 기반이 되는 토양은 K리그다. 수원이 J리그 챔피언 가시마를 박살내는 것도 절대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좀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고 가족단위 관객이 늘어나면 저절로 선수들도 집중해서 경기를 치룰 수 있을것이고 더 재밌어질거라고 생각한다. 골을 넣고도 수많은 관중들에게 세레모니를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구단들이 적자를 내면서도 시즌 티켓을 싸게 팔고 홍보를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축구팬들은 집에서 TV로 EPL 보는 것을 더 선호하고 있다. 적어도 한 시즌에 한 번씩이라도 경기장에 찾아주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 언젠가 경기장이 꽉 차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역시 오늘 경기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왔다. 뒤쪽에서 들리는 영어소리의 흑인들, 영국발음의 신사들,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려온 외국인들까지.. 그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축구"를 즐기기 위해 이국땅에서 축구장을 찾았다.
사실 나도 이런저런 핑계로 축구장을 많이 가는 편은 못되는데 가끔씩 올때마다 안타까운 K리그의 현실에 한숨이 나오곤 한다. 야구장을 찾듯이 자연스럽게 축구장도 찾을 수는 없는 것일까...
# 경기 이야기
자... 경기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초반에 강원의 기세가 상당히 매서웠다. 중앙 미드필드 라인의 이을용과 마사(오하시 마사히로 던가?)가 볼 배급을 하며 홈팀인 서울을 몰아부쳤다. 경기 내내 이을용의 패스가 공격의 시작점이 되는 모습이었다.
<오늘 하늘이 너무 깨끗해서 사진속에 하늘이 많이 포함되도록 찍었다. 너무나 멋진 하늘색>
예상치 못하게 강원 FC가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이번 시즌 트리플 크라운을 노리는 팀답게 FC서울은 반격을 시작했고 동점을 만들어냈다. 전반 종반쯤에 강원이 패널티를 얻어냈다.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어쨌든 마사가 골대를 맞추며 추가 득점에 실패. 그런데 이번에 영입된 FC 서울의 외국인 선수 케빈이 안보인다. 그가 있어야 할 자리에 공격수 김승용이 보였다. 무슨 일일까 싶었는데 마사가 패널티를 실축한 후 전광판에 리플레이에서 케빈이 선수들 입장 통로에 서서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이 나온다.
하나, 둘, 셋..... 어엇~ 필드플레이어가 아홉명이다. 퇴장이었구나!!! 그의 퇴장에도 불구하고 동점골을 만들어낸 서울은 전반 초반을 제외하곤 전반을 장악했다. 날씨는 무지하게 춥고 오들오들 떨면서 하프타임때 오뎅을 사가지고 와서 먹었다.
하프타임때는 화이트데이라고 해서 팬들, 특히 연인들에게 다음 경기 티켓이나 유니폼을 주는 이벤트를 했는데 두 연인의 얼굴 사이에 티켓을 떨어뜨리고 둘은 뽀뽀로 티켓을 잡는 게임이었다. 나중에는 세 커플을 뽑아서 키스타임을 가졌는데 한 커플은 너무 대놓고 입술을 빨아대서(;;) 많은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부러웠삼!!!
# 후반전, 재롱둥이 아저씨
후반전엔 조금 더 앞쪽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시즌권은 지정좌석이 아니고 구역내 자유좌석이다) 아저씨들 네댓분이 나란히 앉아계신다. 맨 오른쪽에 앉은 아저씨가 경기 내내 강원 FC가 찬스를 놓칠때마다 발악을 하신다. 심지어 의자를 걷어차기도 하시고... 그래도 훌리건에 비하면 양반인가. 술냄새가 나는걸 보니 약주 한잔 하시고 강원 응원하러 오셨나보다.
계속 아저씨의 생쇼를 비웃듯 못본체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강원은 또다시 골대를 때리고 기가 막힌 찬스도 번번히 놓친다. 애가 타들어가는 아자씨... 분명 FC서울의 홈경기인데도 일반석에 있는 관중들은 강원FC의 찬스에 환호한다. 그 중심에 오렌지색 옷을 입은 아저씨들도 몇 명 보이고... 강원FC의 잠재된 팬들이 이렇게도 많았나. "강원도의 힘"인가보다.
결국 후반 막바지에 강원이 결실을 맺는다. 후반 내내 10명이 뛴 서울을 압도하며 공격을 퍼붓더니 골을 만들어 내고야 만 것이다. 서울은 기성용과 이청용이 투입되면서 반전을 노렸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골이 나자 이 아저씨 옷을 막 벗는다...ㅋㅋㅋ 옷을 목 뒤로 걸다가 벗다가 아주 환장을 하신다. 다들 아저씨의 재롱(?)을 보면서 웃어대고 아저씨는 사진 마음껏 찍으라면서 기쁨을 만끽하신다. 옷을 하늘로 집어던지질 않나... 약주 단단히 하신듯한데 지저분하게 술꼬장피우는 아저씨들과는 뭔가 다르다. 축구로 스트레스를 푸시다니 참 멋진 분이다. 다른 분들도 본받으면 좋을듯...ㅎ..ㅎ
재롱둥이 아저씨덕분에 축구장에서 또다른 묘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경기는 2:1로 강원FC의 승리로 끝이 났다. 뭐.. 안봐도 기사 제목은 뻔하다. "다크호스 강원, 서울을 누르다". 이런식이겠지...ㅋ
개인적으론 화끈한 공격력의 서울을 보고 싶었는데 헝그리 정신이 쎄긴 쎈가보다. 물론 숫적인 우세도 한 몫 했다지만... 왼쪽 공격수 정경호의 돌파에 서울 수비수가 계속 뚫린게 문제였던 것 같다. 수시로 서울의 오른쪽 수비를 파고드는 정경호가 골을 못 넣었지만 이번 경기에서 드러나지 않은 수훈갑이라고 생각한다.
강원FC 서포터들은 환호하고 선수들도 달려가서 그들과 기쁨을 나눈다. 관중들도 모두 일어서서 강팀인 FC서울을 상대로 선전한 강원FC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쳐줬다. FC서울 선수들 역시 정중하게 팬들에게 인사를 했고... 친구가 추우니까 빨리 가자고 해서 금방 나와버렸다. 사실 축구장의 묘미는 경기 후의 모습들인데... TV에서는 볼 수 없는 유일한 모습이니까.
추운 날씨였지만 경기장을 찾은 모든 이들과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FC서울의 홈 개막전을 볼 수 있었다는 것도 나에겐 행운이었고 축구장을 태어나서 처음 간 친구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재미없는 무득점 경기도 아니었고 강원FC의 선전을 지켜볼 수 있었던 즐거운 경기였다.
우연히 얻어서 보게된 시즌권인데 (어차피 돌려줘야한다) 시간만 있으면 시즌권을 하나 끊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카드형태라서 들어갈때 바코드를 찍기만 하면 영수증을 받고 들어가서 앉고 싶은 자리에 앉을 수 있으니까...
하나, 둘, 셋..... 어엇~ 필드플레이어가 아홉명이다. 퇴장이었구나!!! 그의 퇴장에도 불구하고 동점골을 만들어낸 서울은 전반 초반을 제외하곤 전반을 장악했다. 날씨는 무지하게 춥고 오들오들 떨면서 하프타임때 오뎅을 사가지고 와서 먹었다.
하프타임때는 화이트데이라고 해서 팬들, 특히 연인들에게 다음 경기 티켓이나 유니폼을 주는 이벤트를 했는데 두 연인의 얼굴 사이에 티켓을 떨어뜨리고 둘은 뽀뽀로 티켓을 잡는 게임이었다. 나중에는 세 커플을 뽑아서 키스타임을 가졌는데 한 커플은 너무 대놓고 입술을 빨아대서(;;) 많은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부러웠삼!!!
# 후반전, 재롱둥이 아저씨
후반전엔 조금 더 앞쪽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시즌권은 지정좌석이 아니고 구역내 자유좌석이다) 아저씨들 네댓분이 나란히 앉아계신다. 맨 오른쪽에 앉은 아저씨가 경기 내내 강원 FC가 찬스를 놓칠때마다 발악을 하신다. 심지어 의자를 걷어차기도 하시고... 그래도 훌리건에 비하면 양반인가. 술냄새가 나는걸 보니 약주 한잔 하시고 강원 응원하러 오셨나보다.
계속 아저씨의 생쇼를 비웃듯 못본체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강원은 또다시 골대를 때리고 기가 막힌 찬스도 번번히 놓친다. 애가 타들어가는 아자씨... 분명 FC서울의 홈경기인데도 일반석에 있는 관중들은 강원FC의 찬스에 환호한다. 그 중심에 오렌지색 옷을 입은 아저씨들도 몇 명 보이고... 강원FC의 잠재된 팬들이 이렇게도 많았나. "강원도의 힘"인가보다.
결국 후반 막바지에 강원이 결실을 맺는다. 후반 내내 10명이 뛴 서울을 압도하며 공격을 퍼붓더니 골을 만들어 내고야 만 것이다. 서울은 기성용과 이청용이 투입되면서 반전을 노렸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골이 나자 이 아저씨 옷을 막 벗는다...ㅋㅋㅋ 옷을 목 뒤로 걸다가 벗다가 아주 환장을 하신다. 다들 아저씨의 재롱(?)을 보면서 웃어대고 아저씨는 사진 마음껏 찍으라면서 기쁨을 만끽하신다. 옷을 하늘로 집어던지질 않나... 약주 단단히 하신듯한데 지저분하게 술꼬장피우는 아저씨들과는 뭔가 다르다. 축구로 스트레스를 푸시다니 참 멋진 분이다. 다른 분들도 본받으면 좋을듯...ㅎ..ㅎ
재롱둥이 아저씨덕분에 축구장에서 또다른 묘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경기는 2:1로 강원FC의 승리로 끝이 났다. 뭐.. 안봐도 기사 제목은 뻔하다. "다크호스 강원, 서울을 누르다". 이런식이겠지...ㅋ
개인적으론 화끈한 공격력의 서울을 보고 싶었는데 헝그리 정신이 쎄긴 쎈가보다. 물론 숫적인 우세도 한 몫 했다지만... 왼쪽 공격수 정경호의 돌파에 서울 수비수가 계속 뚫린게 문제였던 것 같다. 수시로 서울의 오른쪽 수비를 파고드는 정경호가 골을 못 넣었지만 이번 경기에서 드러나지 않은 수훈갑이라고 생각한다.
강원FC 서포터들은 환호하고 선수들도 달려가서 그들과 기쁨을 나눈다. 관중들도 모두 일어서서 강팀인 FC서울을 상대로 선전한 강원FC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쳐줬다. FC서울 선수들 역시 정중하게 팬들에게 인사를 했고... 친구가 추우니까 빨리 가자고 해서 금방 나와버렸다. 사실 축구장의 묘미는 경기 후의 모습들인데... TV에서는 볼 수 없는 유일한 모습이니까.
추운 날씨였지만 경기장을 찾은 모든 이들과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FC서울의 홈 개막전을 볼 수 있었다는 것도 나에겐 행운이었고 축구장을 태어나서 처음 간 친구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재미없는 무득점 경기도 아니었고 강원FC의 선전을 지켜볼 수 있었던 즐거운 경기였다.
우연히 얻어서 보게된 시즌권인데 (어차피 돌려줘야한다) 시간만 있으면 시즌권을 하나 끊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카드형태라서 들어갈때 바코드를 찍기만 하면 영수증을 받고 들어가서 앉고 싶은 자리에 앉을 수 있으니까...
K리그 많이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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