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실 정치권에 대해선 잘 모른다. 애초에 관심도 없었고 당파끼리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난 꼴은 더욱 보고 싶지 않아서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얕은 지식으로 정치글은 더더욱 쓰지도 않을뿐더러 정치글에 관심조차 없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전 대통령 자살이라는 비극이 일어난 이 마당에 추모글 정도는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우리 가족이 지지하던 대통령들이었다. 비록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기간동안 그놈의 "" 때문에 여론이나 국민에게 비판을 받고 "탄핵"이라는 웃지못할 해프닝까지 겪었지만 그래도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가장 웃음이 아름다웠던 "인간적인 대통령"이 아니었을까 싶다. '퇴임 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조용히 살고 싶다'며 물러난 행보부터 그를 보러온 국민들과 좀 더 함께 하려는 모습까지...

하지만 우리나라 정계는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도 탄핵으로 몰고 가던 야당은 퇴임 후까지 하이에나처럼 그를 붙들고 늘어졌고 결국 자살까지 그를 내몰았다.

이제 와서 "명복을 빕니다"라든가 "유감입니다"라며 침통한 표정으로 연기하는 그들을 보면 치가 떨린다. 어찌됐든 그것이 결국 그들이 원하던 결과가 아니었던가? 물론 극단적인 결과라서 그들조차 예상하진 못했겠지만 적어도 노무현을 파국으로 이끌려고 하던 것은 거대야당을 비롯한 정계인사들이었다. 어쩌면 정치권 전체가 그를 물어뜯기 위해 전 대통령 검찰 소환이라는 국제적 망신을 눈감아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렇게 이끈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정계 인물들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친인척으로서 청렴함을 유지하지 못했던 가족들. 형 노건평이라는 작자부터 권양숙 여사까지 구속 및 조사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 그리도 한심해보이는지... 청렴함을 원칙으로 내세웠던 그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그렇게 비리에 연루되는 모습은 그의 자살이 비단 정계때문만은 아니라는 씁쓸함을 보여주었다.

가장 처신을 잘해야 하는 최측근 인물들... 그들에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책임이 있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가족들의 처신을 단속하는 모습이 보였던 것 같은데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모습이다.

나는 정치권은 잘 모르지만 박연차라는, 얼굴을 보기만해도 비리로 얼룩진 영감탱이랑 꼬인 것 자체부터가 비극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노무현 본인에게 책임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가족들이 비리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고 자신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검찰에 소환되는 일에 얼마나 치욕스러움을 느꼈겠는가.



무엇보다도 가장 슬픈 것은 우리나라 정계의 더러움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는 점이다. 비리공화국이란 개망신 타이틀과 함께... 전직 대통령들은 엄청난 비리와 비자금을 조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쁜 놈들은 욕먹어서 더 오래산다는 말이 맞는지 정작 죽어야할 인간들이 멀뚱멀뚱 살아있는 이 시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몸을 날려 만천하에 대한민국 정치권의 치졸함을 알리게 되었다.

자연사도 아니고, 암살도 아닌... 여론의 뭇매를 못견딘 압박감에 자살이라니... 빌어먹을 정치권은 이제 와서 일이 커져버리자 되지도 않은 수작들 부려가면서 긴급 회의 소집이네 뭐네 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결국 유감이라는 말 한마디 건네는 것 밖에 못할거면서.. 그런 사람들은 빈소 조문 자체도 금지해야된다.



예전에 중학교에서 국사시간에 그런 말을 들은게 아직도 기억난다. 일제시대때 일본놈들이 우리나라가 식민지 된 것은 조선시대 당파싸움에서 비롯된 내분과 자멸이라고 주입시켜 교육했지만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웃기지마라.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놈들이 지껄였지만 그 말도 일부는 일리가 있다. 조선시대 정계때부터 내려온 지역별 당파싸움은 현대까지 세습되어서 멍청한 국회의원들끼리 서로 헐뜯기 바쁘다. 세계에서 당파싸움이 가장 심한 곳은 우리나라가 아닐까. 서울대 나왔다는 정치권 대가리들은 국회만 가면 그동안 배운 지식들 어디에 팔아먹고서 몸부터 날리고 유치한 쌈박질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외국언론에 그 모습이 여과없이 노출되는 것을 보면 얼마나 국가적 개망신인지 모르겠다.

정당이라는 것은 서로의 팽창을 견제하며 합의하고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의의가 있는거지 누가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수단이 아닌데도 지금 꼬라지들을 보면 한쪽이 의견을 내면 반대편은 그 타당성을 검토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자기들의 논리로 반박하려고만 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도 차라리 봉화마을에서 외부세계와의 논란거리는 일체 금하고 살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국민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만들었던 인터넷 사이트는 결국 그를 지지하는 회원들과 반대파들의 싸움터를 만들어냈고 정계에 대한 자신의 의견도 논란거리를 만들어냈다.

정말로 조용히 살고 싶었다면 아예 사이트도 만들지 않고 정계에 관련 안한채 조용히 여생을 보내셨으면 좋았을텐데... 어찌보면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도 박연차로 시작된 사슬은 그를 옭맬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연예인이든 유명인사든 누가 죽었을 때 인터넷 사이트에서 " ▶◀ 명복을 빕니다"라는 식의 댓글을 남기지 않는다. 그것이 그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일지는 모르겠지만 똑같은 글 그대로 복사해서 같다 붙이는 키보드질 한번으로 그래도 뭔가 했다고 자위하는 것 같아서다. 뭔가 성의 없어보인다고 할까. 진정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 단순히 같은 글을 복사하여 붙이고 말 것이 아니라 남과는 다른 자신만의 언어로 진지하게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는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댓글로 줄지어있는 모습들을 보자면 인터넷상의 한계도 있지만 기계적이고 무성의한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소한, 인간적인 대통령으로 국민들의 가슴에 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서거 소식에는 정말 침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 인터넷에서 명복을 빈다는 댓글은 절대 쓰지 않는 나지만 여기에서만큼은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님. 누구를 헐뜯지도, 간섭하지도 않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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